'의료사고 피해자 울분 해소와 형사고소 최소화 모색' 국회 토론회
17살 김주희 양은 작년 이맘때 척추측만 교정수술을 받은 후 발생한 폐렴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뇌가 손상돼 1년 가까이 의식 없이 누워있다고 연합뉴스가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기도에 삽관된 튜브를 김양이 잠결에 뽑은 후 의료진이 50분간 16차례나 삽관을 시도하다 실패하면서 17분간 심정지가 발생한 탓이다. 김양의 어머니 류선 씨는 11월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남희·김윤 의원실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진에)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마디였다"며 "그 한마디로 저희는 17살 아이의 삶과 미래를 잃었다. 어떤 설명도, 유감 표현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류씨는 딸이 수술 전부터 기도 삽관이 어려운 고위험 환자로 분류됐음에도 사고 당일 의료진 누구도 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으로서 "진실을 알고, 사고를 납득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제도를 세우고 싶었다"는 류씨는 "사고 이후에도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 피해자 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합리적 협의를 보장하는 제도적 창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김양과 같은 의료사고 피해자의 '울분'을 해소하고 형사 고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료사고 후 고통을 겪는 환자와 가족,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의료진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선 피해자들이 형사 고소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발제자로 나선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의료사고로 자녀와 사별한 유가족이 겪는 상실의 고통은 일반적 사별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외상적 고통"이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특히 '죽음 상황에 대한 인식'과 '부모의 고통에 무심한 의료진과 병원 측의 태도'가 상실의 고통을 악화시켰다"며 "사고 발생시 의료진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경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의료분쟁 종식을 위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도입과 더불어 의사·환자 간의 적극적인 소통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후 의료진이나 병원 측이 하는 "법대로 하세요", "의사도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죠", "죄송하지만 사과할 수는 없어요" 등의 표현이 유가족의 울분을 유발한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형사 고소를 최소화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사고 발생 후 의료기관 개설자나 의료인이 의무적으로 사고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게 하고, 단순한 사과나 유감 표시의 경우 소송과정에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