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속 순교한 김종한 목사 등 15인 신앙의 발자취 담은 공간
설교·축사·유족 증언과 축시 속에 되새긴 ‘순교 신앙의 유산’
테이프커팅·전시 관람 이어지며 순교자의 흔적과 이야기를 공식 기록하다

만경순교기념관 준공 및 개관 감사예배가 만경교회 본당을 가득 채우며 경건함 속에 시작됐다.
만경순교기념관 준공 및 개관 감사예배가 만경교회 본당을 가득 채우며 경건함 속에 시작됐다.

전북 김제 만경교회(담임 전철희 목사)가 11월 21일(금), 6·25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김종한 목사를 비롯한 15인의 순교자들을 기리는 ‘만경교회 순교기념관’ 준공 감사예배 및 개관식을 거행했다. 이번 개관은 1950년 9월, 전쟁의 한복판에서 순교한 이들의 신앙을 75년 만에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정영교 목사가 ‘허다한 증인들과 다시 뛰는 교회’를 선포하며 순교신앙의 중심을 일깨웠다.
정영교 목사가 ‘허다한 증인들과 다시 뛰는 교회’를 선포하며 순교신앙의 중심을 일깨웠다.

예배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부총회장 정영교 목사(산본양문교회)는 설교를 통해 “순교자들의 피는 슬픔이 아닌 생명의 씨앗이며,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라며 “그들의 흔적과 신앙을 이어 다시 뛰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철희 목사가 기념관 건립의 의미와 순교신앙을 잇는 교회의 사명을 전하며 감사를 전했다.
전철희 목사가 기념관 건립의 의미와 순교신앙을 잇는 교회의 사명을 전하며 감사를 전했다.

만경교회 전철희 담임목사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신앙을 이어가야 하는지 다시 돌아보기 위해 이 기념관을 세웠다”며 “이 공간이 지역 교회와 성도들에게 믿음을 새롭게 하는 자리,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념관 건립의 의미를 전했다.

박선영 위원장이 15인의 순교 사실 규명 과정과 기록의 의미를 설명하며 개관의 가치를 강조했다.
박선영 위원장이 15인의 순교 사실 규명 과정과 기록의 의미를 설명하며 개관의 가치를 강조했다.

2부 순서에서 박선영 위원장(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은 “만경교회가 남긴 정확한 기록 덕분에 15인의 순교 사실을 빠르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오늘의 개관은 순교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하라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제시기독교연합회장 이종성 목사(백산성결교회)는 “순교의 피가 교회의 씨앗임을 만경에서 다시 확인한다”며 지역 교회가 함께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이종성 목사가 ‘순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며 지역교회와 함께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축복했다.
이종성 목사가 ‘순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며 지역교회와 함께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축복했다.

이어진 유족 인사에서 김봉엽 사모는 “75년 만에 순교 정신이 다시 세워짐을 감사한다”고 고백했고, 강영식 장로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아픔이 오늘 믿음의 고백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송봉호 목사는 아버지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끝까지 순종했던 신앙을 증언했고, 이헌직 장로는 “순교자의 믿음이 우리 가정의 뿌리였다”며 그 유산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유족들의 짧지만 울림 있는 고백은, 순교자들의 신앙이 기록을 넘어 오늘의 살아 있는 유산임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순교자 유족들이 특송으로 감사와 고백을 올리며 믿음의 유산을 찬양으로 드러냈다.
순교자 유족들이 특송으로 감사와 고백을 올리며 믿음의 유산을 찬양으로 드러냈다.

한편 김제신광교회 김찬홍 목사는 축시 「상념」에서 “총성 아래서도 하늘을 우러보던 성도들”을 떠올리며 순교의 신앙을 기렸고, “만경 광장에 서면 그날이 눈물처럼 되살아난다”는 구절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기념관 앞에서 테이프 커팅이 진행되며, 75년 만에 순교의 역사가 공식적으로 열린 순간을 맞았다.
기념관 앞에서 테이프 커팅이 진행되며, 75년 만에 순교의 역사가 공식적으로 열린 순간을 맞았다.

3부에서는 예배 참석자들이 기념관 앞마당으로 이동해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하고, 순교기념관 내부를 돌아보며 순교자들의 삶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순교기념관은 나눔의 광장, 순교광장, 전시실로 구성됐다. 나눔의 광장은 교회 앞 광장을 모티브로 한 열린 공간으로, 주민·탐방객·성도들이 자유롭게 머물며 교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앙에는 이탈리아 조각가 안드레아 로지의 ‘생명나무(The Tree of Life)’ 조형물이 서 있다. 하나의 뿌리에서 남녀가 함께 올리브나무를 들어 올리는 형태로, 상처와 증오를 넘어 화합과 용서, 부활과 생명을 상징한다.

광장 중앙의 ‘생명나무’ 조형물이 순교의 희생이 생명으로 이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광장 중앙의 ‘생명나무’ 조형물이 순교의 희생이 생명으로 이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순교광장은 나눔의 광장에서 작은 문을 지나 내려가야만 들어갈 수 있으며, 문을 통과할 때 고개를 숙이게 되는 구조는 ‘현재의 내가 죽음·고난의 영역으로 내려가 순교자를 만나는 여정’을 상징한다. 내부의 다면 반사체(임사석)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해 순교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적 관문이 된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순교자들의 형상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순교신앙의 깊은 울림을 마주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순교자들의 형상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은 순교신앙의 깊은 울림을 마주했다.

또한, 계절과 태양의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 조형 연출을 통해 15인 순교자의 존재가 벽면에 서로 다른 모습으로 투영된다.

전시된 생전 사진 앞에서 유족들은 순교자의 얼굴을 마주하며 75년의 기억을 다시 품에 안았다.
전시된 생전 사진 앞에서 유족들은 순교자의 얼굴을 마주하며 75년의 기억을 다시 품에 안았다.

전시실은 순교자 15인의 사진과 교회 옛 모습, 6·25 당시 현장 기록 등이 전시되었다. 생전의 사진과 이름을 마주한 유족들은 “우리 어머니입니다. 참 젊으셨네요”, “당시 교회의 모습이 그대로 떠오릅니다”라며 눈물로 기억을 이어갔다.

전시실에 자리한 15인의 순교자 사진이 오늘의 교회를 세운 믿음의 뿌리를 조용히 증언한다.
전시실에 자리한 15인의 순교자 사진이 오늘의 교회를 세운 믿음의 뿌리를 조용히 증언한다.

만경교회 순교기념관은 단지 ‘기억을 보존하는 건축물’이 아니다. 순교자의 유품 하나 남지 않은 현실 속에서, 오히려 기념관 자체가 하나의 유품이자 고백이 되어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신앙의 핵심을 말하고 있다.

작은 문을 통과해 내려가는 동선, 빛과 그림자로 다시 살아나는 15인의 존재, 그리고 생전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던 유족들의 모습은 순교신앙이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살아 있는 질문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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